청년들이 법정에 서는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강은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기후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진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부터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전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던 학부생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이제 졸업을 했어야 했는데 활동에 에너지를 쏟다보니 지금은 휴학을 한 상태입니다. 졸업장이 의미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기후활동에 전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9년에 학교 총학생회에서 정책국장으로 일을 했었는데요. 학내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면서 미관조명을 소등한다거나, 학우들이나 학교 구성원들에게 이런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알린다거나, 채식 식단을 도입하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런 것 뿐이어서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막연하게 이런 걸로는 제 성에 차지 않았어요. 그래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생각하던 와중에 2019년 9월 혜화에서 있었던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하게 되었죠. 그때서야 정말 기후위기를 직면하게 되면서 기후위기가 초등학생 때 듣던 북금곰이 아프고, 지구가 뜨거워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요구해서 지도자들이 움직이고 기업이 시민들의 눈치를 보게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거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던 청년분들과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 스터디, 공부하는 거 말고 우리도 직접적인 행동도 하고 구체적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들을 우리가 직접 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됬어요. 그런 걸 기다리거나 없는 것에 한탄하지 말고 우리가 하자는 취지로 청년기후긴급행동이 꾸려졌습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다른 활동가 분과 함께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직접행동을 하기도 했구요. 이로 인해 형사재판을 받기도 하고, 두산중공업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어 임직원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18,400,000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걸어와 민사소송도 치르고 있어요. 이렇게 기업을 상대로 2건의 기후재판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같이,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행동도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또 개개인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서 기후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이고, 기업이나 정부처럼 권력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불복종 운동까지도 나서야 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저희가 알아차리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오늘 드리려고 합니다.

두산중공업에서 했던 직접행동을 하게 된 계기는 해외 석탄발전 수출 문제를 다루게 되면서 입니다. 혹자는 그런 질문을 합니다. 왜 하필 우리나라도 아니고 네 집앞도 아닌데 베트남의 지어지는 석탄 발전소를 반대를 하냐고요. 하지만 사실 기후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지금 내 집 앞에 석탄발전소가 안지어진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이나 환경파괴가 없어지는 게 아니죠. 우리나라 기업이, 특히 정부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 석탄발전소 수출을 허가해주었고 이것이 바로 지구 한계를 더욱 가속화하고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생태 학살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이나 내 집앞에서 지어지는 게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거나 우선순위를 미룰 수 있나?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래서 상징적으로 저희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는 이 석탄발전소 수출을 문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석탄발전소를 수출해서 우리나라가 돈을 벌고,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석탄 발전을 할 수 없는 입지가 되어가니까 이제 해외에서 이제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도록 하는 어떤 메커니즘을 저희는 문제제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도 정말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아래의 권력의 구조, 계속해서 석탄화력발전 산업을 지속시키고 이를 통해 이윤을 계속 창출하려는 움직임에 저희는 집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마지막 날 저희가 선언문을 발표 했었는데요. 그 때 제목이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2020년은 정부, 국회, 다양한 지자체에서 모두 기후위기를 외치기 시작했던 때였거든요. 그렇지만 구체적인 행동이나 조치들이 없어서 이들이 정말 우리와 같이 싸울 수 있는 동지들이 인가? 아니면 우리를 계속 현혹시키고 어떤 공허한 희망을 쥐어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을 지연시키게 만드는 이들인가 혼란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선언문을 쓰면서 직접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지어지게 되는 국가인 베트남 대사관 앞에 찾아가기도 하고요. 국회에서도 이 석탄 발전소 수출을 저지하기 위한 입법과정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지금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지만 사실 두산중공업만 타겟으로 했던 건 아니에요. 그래서 이 사업에 참여하는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을 상대로도 요구를 했었지만 결국에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붕앙2 석탄 발전소는 계속 짓겠다, 하지만 우리는 탈석탄 선언을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말로 언론에 발표를 하면서 기업들은 또 광고 효과를 누렸어요. 이런 기만적인 모습들에 정말 분노하면서, 이게 그냥 하나 지어진다고 넘어갈 게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게 문제라는 걸 말해야겠다,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그때 좀 악바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21년 2월 18일, 두산중공업 본사 앞에서 이렇게 직접 행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국가의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어쨌든 국민들의 침범할 수 없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지키는 것일텐데요. 실제로 2020년에는 국회에서 97%의 찬성률로 기후위기비상선언결의안이 통과가 됐었어요. 결의안 내용을 보면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 범위를 뛰어넘는 전지구적으로 추진 되어야 되는 과제임을 인지하고 국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 협력한다’라고 써져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정부와 국회 모두 구체적인 석탄발전소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결단조차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앞에서 저희는 분노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선언들과 동시에 진행되는 붕앙 석탄발전소 사업을 보면서 ‘우리가 체념을 해야되나’ ‘선언한 것은 칭찬해주고 석탄발전소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나’ 또는 ‘경제 활동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잘하는 중공업 부문 산업은 멈출 수 없다라는 걸 우리가 받아 드려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력,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수출입은행 같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등등 이제 국내나 해외의 석탄발전소를 착공하고 수주를 따는 걸 본인들의 회사의 성과로 만들잖아요. 그런데 동시에 여기 보시는 한전사장님은 이렇게 텀블러 쓰는 인증샷을 찍고, 이걸 국민들에게 홍보를 하면서 이제 기업도 친환경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우리가 잘 주목을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된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높아지는 기온과 싸우는게 아니라 그 원인을 인지하고 본인들의 책임과 권한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금 얼마나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는가에 주목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직면하는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두 다리 뻗고 포근한 소파에 앉아서 지구가 불타는 걸 지켜보는 사람이 있죠. 예전의 저도 그랬던거 같아요. 저도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거나 하는 나름의 노력을 하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이 실천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시스템 전체, 문화 전체가 과잉으로 풍요롭고 낭비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를 보았을 때 사실 정말 체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느껴야 되는 게 죄책감인가? 또는 내가 머리로는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한 건 알지만, 내가 그렇게 철저하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게 정말 우리의 몫일까?라 생각도 듭니다. 저희도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직접행동을 해나가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한편으로는 많은 좌절감과 죄책감, 허무함도 느끼면서 성장을 해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저희도 정부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산자부 앞에 찾아가고 다양한 액션들을 했지만, 로고에 스프레이를 뿌린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직접행동을 할 때는 일부러 사기업을 택했습니다. 두산이 1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자 재벌 대기업이거든요. 두산중공업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곳곳에서 석탄발전소를 지었고 그걸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말 그대로 살려왔죠. 저희는 이런 기업을 상대로 어떤 상징적인 싸움을 하고 싶었어요.

싸움을 시작했을 때 사실 저희는 가진 것도 없고, 그에 맞설 수 있는 메시지도 약한 상태였어요. 이러한 조건들 속에서 계속 고민하면서 그 과정들을 이어오고 있고 다양한 분들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적용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기업과 형사재판, 민사재판을 치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호사분들을 만나면서 토론도 하고 서로 고민을 나누었는데요. 제가 최근에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의 경우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예방적인 차원에서는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인해 이런 피해가 예상이 된다, 그러니까 이를 취소하도록 사법부에서 판결을 내려달라고 했을 때 사법부는 절대 판결 내려주지 않아요. 이미 일이 다 벌어지고 난 후 그걸 현금으로 치환해서 돈을 내도록 하는 체제라는 거죠. 그렇다면 이 말은 회복불가능한 기후붕괴가 찾아오고 난 다음에야, 지구가 정말 말그대로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에야 우리가 이를 야기한 기업 또는 국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걸까요?

이런 말도 안되는 법 체계를 보면서 이런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어떤 싸움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기업의 맞선다고 하는게 정말 가능할까? 분노와 함께 고민이 들어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보면 오래 이 기후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냥 단순히 오래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잘 싸우고 싶은 생각이 좀 큰 거 같아요. 정말 우리가 해야하는 일들이 뭘까?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라는 질문들을 좀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요.

오늘 저희가 기후위기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말하는 첫 번째 주자인데요. 기후위기를 현실 그대로 마주하는 과정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거든요. 실제로 기후우울, 기후슬픔, 이런 용어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분명 괴롭지만 이게 나 혼자 감당하는 게 아니라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를 알게 될 때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하는 활동가들과 2년, 3년 계속 활동을 하겠지만 계속 희망을 보지 못하거나 권력의 힘이 너무 세다면 우리는 이렇게 절박하고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현실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소진되는 것 같아요.

그러한 상황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소진이 되는 과정조차도 기후위기로 인한 하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만이 기후위기의 모습은 아닐 것 같거든요. 이러한 현실 앞에서 사람들이 소진되고, 희망을 잃고, 에너지를 상실하고, 회피하게 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번아웃이 오고, 이런 상황들도 시대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과연 우리 안에 그렇게 부정적인 에너지만 돌아야할까, 저는 우리 안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후위기의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지금의 현실을 말 그대로 직면하기로 마음먹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는 유일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뭐라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고, 계속해서 조언을 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어떤 움직임들이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요.

사실 저희가 법정에 선 이유도 우리가 목도한 부정의와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그냥 체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법적 울타리 안에서 착한 캠페인이나 운동만으로 이제 만족하지 않고 한번 더 개겨보았달까, 도전해본거죠. 그런 과정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고요.

이러한 일들이 더 많아져서 생태학살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착취하고, 구체적인 피해 상황들을 지우는 현실에 맞서서 우리가 살아가야 될 세상을 꿈꾸는 목소리들이 이 세상에 더 많아지는 것만이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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