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여성이자 홈리스로 산다는 것



(안형진) 안녕하세요 저는 홈리스행동이라는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안형진이라고 합니다.

(로즈마리) 저는 홈리스 야학의 로즈마리입니다.

(안형진) 옆에 계시는 로즈마리님은 현재 홈리스행동에서 운영하는 홈리스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동시에 여성이자 홈리스로서 살아가고 있는 홈리스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금 창피한 고백을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단체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운동적인 고민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에너지빈곤에 관한 논의들이 주를 이뤘었죠. 그래서 그린컨퍼런스에서 증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굉장히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기에 대한 이해수준이 저희가 너무 얕은 것 아닌가 우려 때문에요. 여전히 고민해야할 지점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오늘 이 자리가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 저희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재난과 홈리스입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올해로 제정된 지 10년을 맞았습니다. 특이하게도 노숙인 뒤에 ‘등’이라는 말이 붙어있습니다. 정의 때문입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노숙인 등‘의 법적 정의를 여기서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핵심만 말하자면 주거불안정, 그리고 열악한 주거환경 이 두 가지가 노숙인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고시원, 거리, 여인숙, 노숙인시설, 쪽방과 같은 집 같지 않은 집, 집이 아닌 방, 집이 아닌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노숙인 등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는 사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해결을 하죠. 반대로 말하자면 집다운 집이 없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재난상황에서 개별적인 대처를 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다운 집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재난상황에서 그 어떠한 개별적인 대처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달 전 제가 일간지 기사를 보면서 굉장히 화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기사는 거리 노숙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면서, 자면서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다고 타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여기계시는 분들 모두 집에 머물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잠잘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거리에서 24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을 공간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방역조차 이행하기 굉장히 버거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한 부분은 거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거리의 동료들과 관계를 이어 가고 계신 로즈마리 님이 좀 더 생생하게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로즈마리) 어떤분이 저한테 이런 하소연을 했는데요. 하도 마스크를 끼는 바람에 귀가 아파가지고 그 끈에다가 휴지를 둘둘 말아서 썼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 그랬더니 얼굴 사진 찍어도 된다 해서 이렇게 사진을 찍었었죠. 마스크 때문에 귀가 아프다고 그런 적 있었고요. 아무튼 간에 이분들은 늘 거리에 있고, 사람들의 눈에 띄는데, 마스크를 24시간 계속 하기가 힘드니까… 그걸 잘 지키는 분도 계시지만 잘 하지도 않는 분들이 있기도 해요.

또 잘 알지도 못 하는 분도 있어요 마스크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기도 하는데 있다, 있다 하면서 또 안 끼시는 분도 있고요. 이런 분들은 진짜 어디에서 어떻게 쉴 수가 있는 곳이 없어서 마스크를 24시간 끼고 지낸다는 것이 큰 고역이라고 생각해요.

(안형진) 사실 이분 같은 경우도 서울역 지하도에서 주무시는 홈리스 당사자분입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마스크 장력 때문에 그 안에 휴지를 덧대고 쓰고 다니셨죠. 주무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을 자주 씻어라 등 정부가 제시하는 모든 방역지침들은 독립적인 위생 설비를 갖춘 집에서 모두가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나온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에 대처할 수 없는 물적 조건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노숙인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초에 서울역의 한 노숙인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숙인 지원의 집이 문을 닫은 모습인데요. 이게 처음 확진자가 종사자분이었습니다. 종사자분이 잘못했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분들은 굉장히 엄격한 방역 수칙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이 됐다는 것은 개개인이 방역을 얼마나 잘 했는지의 여부와 관계 없이 한방에서 수십 명이 자야 하는 세팅 자체가 재난을 훨씬 더 키우고,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감염의 위험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시원이나 쪽방 역시 재난대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다닥다닥 방이 붙어있지요. 2018년에 종로 99길 고시원에서 화재 참사가 있었습니다. 어제가 3주기였는데요. 사망자가 모두 7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전부 창 없는 방에서 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사망자는 수급자와 일용직노동자였습니다.

결국엔 스프링클러 설치여부와 같은 화재 안전의 문제를 넘어서 가난이라고 하는 것이 화재나 재난 상황 자체를 퇴치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지요. 오른쪽에 보시는 사진은 동자동 쪽방촌 건물에 서울시가 설치한 세탁소입니다. 개소 첫날에 서울시장도 오고 아주 난리 부르스를 췄었는데, 첫날부터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면 세탁기를 가동 하자마자 해당 쪽방 건물의 천장, 벽이 막 흔들리기 시작했던 겁니다. 고작 세탁기 진동조차 버거운 건물에서 지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데이터를 좀 가져 와서 설명을 드리려고 준비를 해왔는데요. 사실 너무 뻔한 이야기입니다. 온열질환과 한랭질환 있어서 집다운 집에 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취약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 이런 온열질환, 한랭질환, 폭염, 한파, 혹한에 얼마나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제가 많이 설명하는 것보다는 로즈마리님이 짧게 폭염과 혹한 속에 거리에서 지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즈마리) 옛날에 그렇게 힘들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거리에서 지내거나 그러신 분들은 상당히 날씨에 민감해요. 왜냐면 비가 오거나 하면 짐을 이동하고 가지고 다니는 게 문제가 있어요. 어디 갈 때도 그렇고. 또 날씨가 추워지면 진짜 없는 이들, 어려운 사람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추운 날씨, 더운 날씨 그런 내용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날씨가 예전 같지 않아요. 2018년도에는 무지무지하게 더워 가지고 어디 도망가던지 시원한 데로 피난을 가야겠더라구요. 그렇게 견딜 수 없이 덥다가, 작년 겨울에는 또 무지무지하게 추워서 옷을 입고 입고 더 입어야 했어요.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요.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든가 했더니 기후변화가 와서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도 조금 가진 사람들은 이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없는 이들은요, 그걸 몸으로 겪어내야 되거든요.

그래서 비가 와도 걱정, 추워도 걱정, 더워도 어디 도망 갈 때가 있는가 하면 지금은 팬데믹이다 뭐다 해서 무더위쉼터에도 오지 말라고 문을 닫았어요. 코로나라서 안 한다고요. 아주 갈 곳이 없는 거예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떠들썩하지만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있었어요. 미세먼지가 우리 나이 먹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도 나가면 콜록콜록 기침이 나고 그러더라고요. 뭐 나가지 말고 창문닫고 집안에 있으라고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잖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아주 골머리가 아팠어요. 그런데 또 팬데믹이 왔지요. 코로나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노출되고 드러난 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걱정이죠.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것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특히 노숙인들에게는 더 어려운 거지요. 어떻게 막아설 수 없이 자기 몸으로 다 겪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노숙인 누구나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해서 많이 알려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도록요.

그리고 거리 거리투숙하는 사람들한테는 집이 우선이죠. 집이 있으면 이걸 조금 덜 겪어 나갈 수도 있겠죠. 모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너나 없이 잘 지켜야죠. 정말 하나뿐인 지구이고, 딴 데로 이사 갈 수가 없잖아요. 우리도 걱정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지구를 잘 지켜나가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안형진) 로즈마리님이 시작 전에는 할 말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하시더니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으셨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홈리스에 대해 로즈마리님께 이야기를 짧게 듣고 저희는 이제 물러갈려고 하려고 하는데요. 여성 홈리스는 정말 취약성이 중첩된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한파가 같이 오고, 코로나19와 재난이 함께 오고, 코로나19와 홈리스 상태가 함께 오는 중첩된 재난상황과 마찬가지로 중첩된 취약성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여성홈리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성홈리스로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로즈마리님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로즈마리) 여성홈리스가 사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요. 숨어서 있는데 사실 은근히 많이 있어요. 사회가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여성이 참 많은데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남성분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지요. 그래서 모든 것들이 남성 위주로 지원체계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여자들은 그런 혜택을 받기가 좀 어려운 편이에요. 그래서 먼저 여자들이 어디에 있나 파악도 하고,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같은 것이 서울역이나 영등포 같은 여자들이 많이 다니고 일도 하고 하는 곳에 있어서 여자들도 혜택을 좀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정말 살아가기에 급급해서 신경을 잘 못 쓰고 있는데 기후위기라는 게 정말 우리의 생명, 생존과 관계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홍보하고 좋겠고, 여성홈리스가 그런 변화를 몸소 당하고, 겪고 있는데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우리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어디서 가르쳐 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고 또 여성홈리스들도 많이 있는데 사회나 나라에서 그분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좀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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