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저는 사람과 환경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였는지, 2010년도에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사람을 심는 단체를 만났습니다. 나의 새로운 꿈이 거기서 다시 펼쳐지게 됩니다. 바로 ‘푸른 몽골’에 대한 꿈을 꾸게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꿈은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 협력해야 이룰 수 있는 꿈임을 현장의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몽골 사막화 지역의 마을에서 그들의 미래를 가꾸는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열 명이 모이면 열 가지 문제가, 천 명이 모이면 천 가지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저는 날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민들과 함께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주민들과 함께 사막화방지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현장 중 한 곳의 사진입니다. 여러분 눈에는 무엇이 보입니까? 이 사진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의 생각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여러 단어가 여러분 속에서 떠오를 것 같습니다. ‘황사, 모래폭풍, 먼지, 바람, 사람들, 기후변화, 기후비상…’ 이 사진 속에서 여러분은 희망을 볼 수 있겠습니까? 이 사진을 통해서 여러분은 온전한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다음 세대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몽골 기온은 지난 79년 동안 2.25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기온 상승은 1990년부터 가속화되었고 2007년에는 심각하게 상승했습니다. 세계가 평균 1도 올랐을 때 몽골은 2.25도 상승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몽골의 전 국토 면적 중 76.9%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 느낄 수 있지만 결국 이 문제가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몽골 황사 발생 일수가 1991년도에 연평균 10일이었는데 2010년에는 연평균 48일로 늘어납니다. 지금은 더 많이 늘어난 상황이죠. 몽골은 면적이 한반도보다 7.4배나 큰 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구는 324만 명, 한국의 인천과 비슷한 인구를 가지고 있어 국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입니다. 이 몽골에서 한국으로 황사가 불어닥칩니다. 황사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의 50% 이상이 몽골에서 발원합니다.

지금은 몽골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면서 더 많은 영향을 한국에 끼치고 있습니다. 결국 몽골의 사막화와 한국이 미세먼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의 강수량이 79년 동안 상당히 많이 줄었습니다. 7.3% 감소했고 현재 몽골의 강수량이 연평균 350mm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연평균 1400mm 정도 됩니다. 한국보다 심각하게 적은 강수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는 상당히 생경한 단어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몽골 영구동토층의 꽤 많은 면적이 줄어들었습니다. 영구동토층을 쉽게 말하면 표토층 하부에 사계절 얼음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연중 기온이 상승하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삼투압 현상에 의해 표토층의 식물군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영구동토층이 소실되고 표토층 수분 공급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해서 표토층의 식물군이 고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토지황폐화가 가속되고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의 소실은 몽골 사막화를 더욱 심각하게 발생시키고 있는 한 가지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몽골의 산림면적이 전 국토의 36.8%밖에 되지 않습니다. 영구동토층이 풍부한 곳에 산림이 존재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역은 표토층에 수분 공급이 부족하기에 몽골 산림은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영구동토층의 소실로 인해서 토지가 황폐해지는 동시에 몽골 산림면적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몽골 사막화로 인해서 심각한 피해 상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몽골 사막화로 인해서 지금까지 3,500개 연못과 호수 중에 1,166개, 3,800개의 강 중 887개, 2,096개의 시내, 60개의 온천이 소실되었습니다.

극심한 혹한, 폭설, 겨울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을 몽골에서는 ‘조드’라고 말합니다. 조드 피해로 1990년과 2001년 사이에 가축 약 1,100만 마리, 2009년과 2010년 사이 겨울에 가축 약 1,000만 마리, 2016년에는 가축 약 80만 마리가 동사 또는 아사했습니다. 현재 몽골은 사막화의 영향으로 몽골의 식물 75% 이상이 멸종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막화로 인해 몽골 내에서는 인구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주민들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울란바토르는 50만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계획도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150만 명이 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30년간 60만 명의 유목민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유입되었습니다. 왜 그들은 그들의 정든 고향을 버리고 울란바토르로 상경할까요? 가축의 먹이가 되는 초지가 퇴화하면서 영세한 유목민은 더이상 사막화 지역에서 살 수 없게 되어 도시 유입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들을 우리는 ‘환경 난민’이라고 부릅니다. 환경 난민은 환경의 악화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것이 제가 속한 단체의 고민이었습니다. 이 고민을 하던 제가 속한 단체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의 결단은 이러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사람을 심어 이 땅을 살려내고, 공동체를 복원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자!”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단을 실제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 사막화, 황사 등의 국제환경문제에 대응하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환경보전, 경제발전, 사회통합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모델을 구축하는 국제개발협력단체입니다. 또 기후위기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만들고 확산시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녹색연합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지구를 구하자’. 이 말이 언어적 유희가 아니라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삽을 들고 나무를 심으며 현장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경과 사회와 경제를 아우르고 환경복원과 주민역량을 개발하고 자립능력을 향상시키는 지역개발모델을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이 모델을 만들어 실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몽골 800헥타르의 80만 본, 여의도 면적만한 곳에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습니다. 그리고 생태자립마을을 만들고 에코투어를 진행하면서 국제자원활동과 기후변화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교육을 통해서 주민역량을 강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 바양노르 조림사업장입니다. 모래밖에 없는 이 땅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많은 의문 속에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 땅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이 땅에 숲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은 땅이 살아나고 초지가 다시 활성화되고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5미터 이상 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결국 2007년에 심었던 그 일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2008년에 나무를 심었던 곳인데 이곳도 풀 하나 없는 정말 모래의 땅이었습니다. 이곳에 주민들과 함께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올해 이런 모습입니다. 한국에서는 비타민나무라고 부르는 차차르간입니다. 이 유실수 나무에는 사과에 함유된 비타민 C의 200배가 넘는 비타민을 함유한 열매가 열립니다. 이 비타민 나무가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민들은 모래땅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황폐화 된 사업장에 앉아서 어떻게 나무를 함께 심고 어떻게 미래를 가꿀지 함께 고민합니다. 임농업 교육센터를 세워서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임농업 전문화 교육을 진행합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주민들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여럿이 함께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익사업을 개발해 양묘사업과 영농사업, 기타 여러 사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절실함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절박함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들이 모여서 숲을 만들고 스스로 숲이 되어 갑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숲은 결국 보기 위한 숲이 아니라 살기 위한 숲입니다. 푸른아시아 활동을 통해 만든 가장 큰 성과는 ‘사람을 심었다’는 것입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그곳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 명이 모이면 열 가지 문제가, 천 명이 모이면 천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집중하다 보니 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희망적입니까? 그 한 사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다 보니 결국 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사람들, 더 거대하고 더 많은 문제를 직면해야 하는 숙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해결해내리라 희망합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아니, 희망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제가 이 몽골 땅에서 도망가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게 하는 동력입니다. 이제 우리 서로와 함께 이 절체절명의 기후위기를 타개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 가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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