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저는 ‘기후위기’를 간략하게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거대한 가속’, ‘회복 불가능한 위험’, ‘통제 불가능한 위험’ 그리고 ‘담대한 전환’입니다.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시점이 대략 20만 년 전이라 합니다. 그 대부분의 기간인 19만 년 동안 인류는 구석기 시대에서 살았습니다. 1만 년 전, 농업을 시작하기 이전인 빙기 때에는 농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해성 날씨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 때문에 인류는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기후가 안정해 농업이 가능해졌고, 인류는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생산량이 많았던 강 하구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그곳에서 문명이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농업이 가능했던 안정한 기후가 문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때를 지질시대 구분에서는 홀로세라고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입니다.

농업을 시작할 무렵 지구상에 400만 명이 살았다고 합니다.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했던 1800년경에는 10억 명이 살았고, 지금은 78억 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8,000만 명씩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저녁에는 22만 명분의 식사를 더 준비해야만 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200년 전과 비교해 인구는 7배 이상 늘었고 소비는 100배가 늘어났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한 가속’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세상이 작았던 예전에는 10배, 100배 성장하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매우 컸으니까요. 이제는 인간 세상이 너무나 커져서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성장한다면 어마어마한 위험 속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문명 실패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문명의 성공으로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인류세가 시작된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서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자, 지구는 안정한 기후에서 벗어나서 찜통계곡에 빠지려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찜통 계곡에 빠지게 되면 인류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예로 북극권의 기온 상승입니다. 2020년 6월에 시베리아 도시에서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지역은 원래 항상 눈이 덮여 있습니다. 태양에너지가 그 눈에 반사되어 다시 그냥 우주로 가버렸죠. 그런데 그 지역이 지구 가열이 되니까 눈이 녹아버린 겁니다. 땅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예요. 지구에 태양에너지가 흡수되어 기온을 높이고 눈이 더 많이 녹고,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지상에 들어옵니다.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하는 것과 아무 상관 없이 기온이 더 올라갈 수 있죠.

지난 5억 4,000만 년 동안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6,500만 년 전 우주에서 큰 운석이 날아와 공룡이 대멸종했던 사건을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 지구 내부의 요인으로 대멸종이 일어났습니다. 지구는 생명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생명을 없앨 수도 있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지뢰처럼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 평균 기온을 2도 이상 상승시키는 것은, 그 지뢰가 다 터져버리도록 방아쇠를 스스로 당겨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인류가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는 스스로 기온을 상승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멸종에서는 생명이 자연적인 변화로 어쩔 수 없이 멸종했는데, 지금 인간은 자기 스스로 멸종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합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전쟁, 자연재난, 감염병,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험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위험은 끝이 있었고, 회복되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기후위기가 일어나면 시행착오로부터 배우고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게 될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평균 기온이 1도 올랐습니다.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은 우리 체온과 비슷합니다. 체온이 정상보다 1도가 높으면 우리는 몸의 이상 상태를 감지하게 되죠. 1도 상승으로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위기의 전조현상이 감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1도에서 0.5도가 더 상승하면, 재해성 날씨가 늘 일어나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현재보다 1도가 더 높아져 2도 이상 상승하면 파국의 상황에 빠집니다.

평균 기온 상승은 단순히 폭염 일수가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폭염이 심해도 학교에 가고 공장이 돌아가고 도시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됐었잖아요. 평균 기온 상승은 지구조절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농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단적인 날씨가 많이 발생합니다. 물이 부족하고, 가뭄이 들고, 식량이 부족하게 됩니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연안 도시가 잠기게 됩니다.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해양은 산성화되어 해양 생태계가 붕괴됩니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종이 되고 감염병이 퍼집니다. 결국, 기온 상승은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가 실제로 우리 눈앞에 일어난다면, 마트에 가도 먹을 것을 팔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 19의 상황 속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여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실제로 일어나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풀어도 먹을 것을 살 수 없게 됩니다.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 빠지는 것입니다. 즉, 인류는 기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후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와 대량 폐기가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에너지와 자원은 고갈되지만, 온실가스, 오염 먼지와 쓰레기는 쌓이고 있습니다. 잘살기 위해서 이런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유한한 지구가 더이상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 부조리는 ‘우리의 욕망’으로 은폐되고, ‘체제 바깥은 죽음뿐’이라는 대안 부재로 인해 ’성스러운 성장’은 유일하고 영원한 것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희망은 이 체계를 긍정하지 않고, 부수고 나가는 데서 열립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지구환경을 아끼고,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에너지는 재생되어야 하고, 자원은 순환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가 이런 세상을 끝장낼 것입니다.

지구환경 안에 인간 사회가 있고 그 안에 경제가 있다. 경제는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좋은 사회의 한계 안에서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도넛 경제학》이라는 책을 쓴 케이트 레이워스의 말입니다.

사회는 서로간 경쟁을 통해서 효율을 높이려 합니다. 이것도 잘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78억 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과 78억 명이 쓰고도 남을 생필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을 끌어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우리를 끊임없이 속입니다. 우리는 그 말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필요의 결핍이 있다면, 성장을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돌보고 아끼고 나누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서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키며 공동체를 무너뜨렸습니다.

지금까지 내달려 오던 길에서 ‘담대한 전환’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온 사회와 우리 삶에 대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는 연대하고 돌봄과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의 세상을 만들어야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185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인간에 의해 변화되었습니다. 한 줄, 한 줄이 한 해, 한 해의 지구 평균 기온을 나타냅니다. 파란색이 강할수록 평년보다 온도가 낮았고 빨간색이 강할수록 평년보다 온도가 높았음을 의미합니다. 미래 기후는 두 갈래로 나눠집니다. 기온 상승이 2도 이내로 안정화 될 경우, 그리고 온실가스를 전혀 줄이지 않아 이번 세기말에 4∽5도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이제 미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드냐에 따라서 미래 기후가 결정된다는 것이죠.

현재 배출수준을 유지한다면, 이제 금세기 중반쯤이면 기온 상승 2도를 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가 지금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지금 세대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만약 지금 세대가 이 기후위기를 막지 않는다면, 지금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기의 어린 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짓밟는 세대가 될 겁니다. 그렇기에 지금 세대의 책임이 큽니다. 아직 책임이 있다는 것은 기후위기가 불가피한 파멸의 미래가 아니라 선택이 남아 있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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