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를 따라서, 기후위기를 마주한 제주바다로



(은정) 제주라는 공간은 녹색연합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가 그렇고 또 연산호가 그렇습니다. 특히나 제주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최전선으로 다양한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공간이죠. 이곳에서 저희는 변화상들을 기록하고,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상훈) 지금 보시는 사진은 한라산 영실 등산로를 오르면서 만났던 구상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한반도의 대표적인 고산 침엽수이죠. 그런데 사진을 보시면 껍질이 벗겨지고 큰 가지가 뚝뚝 부러지고 아예 뿌리채 쓰러진 나무들이 보입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하는 아주 멋진 나무가 아닙니다. 멸종의 길로 접어든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의 지금 현재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 바다는 어떨까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제주바다 역시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은정) 여러분들은 제주바다 하면 어떤 것들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유명한 해수욕장이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 같고, 제돌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또는 해안도로가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도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제작년 그린 컨퍼런스에서 제주해녀께서 직접 증언해주셨던 것처럼 바다에 해조류가 급속하게 사라지면서 제주의 전통 밥상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연안에서도 직접 목격할 수가 있는데요. 이번에 녹색연합이 직접 제주 해안마을 97개, 415 km 를 돌면서 200여 곳에서 직접 관찰한 현상이 있죠.

(상훈) 너무나 유명한 곳이죠.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의 조간대를 조사하면서 저희가 만났던 장면입니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혹시 분홍과 하얀바위가 보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갯녹음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갯녹음은 바닷에 너른 벌판을 이야기하는 ‘갯’ 그리고 해조류가 녹아 버린다는 의미의 ‘녹음‘이라는 순 우리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소야케라고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갯바위가 불에 타서 재로 변해버렸다고 이야기를 하죠. 원래 이 바위에는 해조류가 있어야 합니다. 해조류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 그 자리에 산호말류라는 탄산칼슘 성질의 해조류가 부착이 되면서 이러한 갯녹음 현상이 폭넓게 발생했습니다. 직접 갯녹음이 발생한 돌멩이를 한번 들어 봤습니다. 탄산칼슘 성질의 산호말류는 살아있을 때 분홍색을 띄지요. 지금 이 색깔은 어떤 색입니까? 죽어서는 하얀 색을 띱니다. 그래서 백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 바위에는 해조류들이 넓게 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조류들이 메말라버린 그런 사막과 같은 상태라 하여 바다 사막화현상이라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만났던 제주 어르신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저들이 봐왔던 바다가 예전에는 이런 바다가 아니었다고. 제주 바닷속 수중 동산에 들어가면 톳, 모자반, 우뭇가사리, 감태와 같은 아주 넓은 해조류 바다숲이 이제는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은정) 네 지금 보이는 이 영상은 저희가 서귀포항 인근에서 직접 촬영한 갯녹음 영상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아주 하얗게 변해버린 돌 뿐인 풍경이죠. 갯녹음이란 물에 항상 잠겨있는 조하대 구간에서 시작되어서 썰물 때에 물이 밀려 나가며 드러나는 경계 지역인 조간대 지역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갯녹음을 저희가 직접 97개 마을의 조간대 지역에서 관찰을 하면서도, 사실은 그 모든 지역에서 다 관찰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는 못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한 대여섯 마을 정도를 돌았을 때 했던 얘기가 계속 기억에 나는데요. 이게 원래 바다의 모습이 아닐까, 혹시 이게 지금 정상인 바다 아닐까, 우리가 이상한 거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계속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갯녹음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유명한 해양 관광지인 정방폭포, 성산일출봉, 남원의 큰엉, 용머리해안 등에서도 발견이 되어서 해안 경관이 훼손되는 현상까지 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곳마다 갯녹음이었습니다.

(상훈) 유명 관광지이죠. 제주 우도 보이시죠? 그런데 이제는 갯녹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제주 바다를 덮어버린 갯녹음,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저희들이 만났던 해조류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의해 수온이 급속히 상승을 했다. 또 하나는 무분별한 제주 개발로 육상 오염원이 유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주 바다 수온이 지난 36년 동안 2도나 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겨울철 수온은 3.6도나 올랐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굉장히 가혹한 변화입니다. 해양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수온 1도의 변화는 육상에서 10도의 변화와 같다. 해양생태계는 이러한 아주 가혹한 변화를 직접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육지에서는 축산분뇨가 나오고 있습니다. 농약, 비료, 정화되지 못한 오폐수들이 제주바다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은정)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제주와 정부는 지금 손을 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저희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밝혔던 것처럼 제주의 갯녹음 상황과 실태와 원인을 조사를 당장 시급하게 해야되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들 규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입니다. 제주 바다의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그 비상 상황에 맞는 비상조치가 내려져야 할 때입니다.

(상훈) 제주 바다의 기후위기의 징후는 비단 갯녹음 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급격한 수온 상승, 제주 바다의 깃대종이라고 하는 연산호 서식지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해양보호생물, 각종 보호지역과 법정보호지역으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제주바다 산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은정 활동가는 올해 같이 제주바다 조사 다이빙을 했었거든요. 어떠셨나요?

(은정) 사실 저는 일년차 초보 다이버입니다. 제가 처음에 제주 바다를 실제로 들어가서 연산호 군락을 만났을 때 정말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에 사실 넋을 잃었었거든요. 제주바다에 있는 산호들의 모습들을 담은 《제주산호》라는 책이 녹색연합에서 올해 발간되었는데 여기계신 전문위원님이 직접 참여 하시기도 하셨죠. 연산호 군락이 제주에서 대표되는 바닷속 풍경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사실 연산호만큼이나 하드코랄이라고 하는 경산호, 돌산호를 더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전문위원님은님은 지금 다이빙 몇 년차시죠?

(상훈) 20년 가까이 되는데 그 실력은 그닥…

(은정) 20년 가까이 바닷속을 들어갔다 오면서 실제적인 변화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상훈) 제주도 서귀포앞 문섬의 꽃동산이란 다이빙 포인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연산호 꽃방이죠. 형형색색 자태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육상의 맨드라미를 닮았다고 해서 분홍바다 맨드라미, 자색수지 맨드라미와 같은 이름도 붙었습니다. 조그만 물고기들은 이곳을 제 집 삼아 은신처로 삼고 있습니다. 산호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해양 생태계 공존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이 바다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했고 이름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연산호 군락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열대바다에서 주로 발견된던 경산호, 특히 돌산호 종류가 제주 바다를 폭넓고 아주 빠르게 덮으면서 다른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이 경쟁에서 버티는 유전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연산호 유전자들은 사라져버리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제주 바다가 지금 서있습니다.

(은정) 두동가리돔이라는 어종은, 아열대 해역인 남중국해, 필리핀, 대만, 오키나와 등지에 많이 서식하는 친구들인데 서식지가 북상해서 지금은 제주 바다에서도 쉽게 관찰이 됩니다. 이러한 아열대 어종 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한 해양생물들도 바닷속에서 많이 발견이 되고 있는데요. 뉴스에서 이름을 들어보셨을 법한데요. 노무라입깃해파리, 푸른우산관해파리도 지금 제주 바다에서 쉽게 관찰이 된다고 합니다. 또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이죠. 참다랑어가 최근에 대량으로 잡히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죠. 이러한 상황들을 누군가는 기회로 여기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위기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상훈) 저희가 경험한 제주 바다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굉장히 급격한 천이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수세기에 걸쳐 환경에 적응을 하며 천천히 진행되어야 할 바닷속 해양생물의 변화가 아닙니다. 일시에 사라지고 일시에 유입되는 식이었습니다. 제주 바다 생물종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징후입니다. 제주 해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 바다에서 소라, 전복잡이는 내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어쩌면 제주도에 가장 첫번째 멸종 위기종은 제주 해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미래세대 일이 아닙니다. 기후위기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제주바다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갈 것입니다.

(은정) 제주 바다에 찾아온 이런 위기 상황을 저희는 빨리 해결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죠. 제주 바다에서 일어난 이런 변화들을 저희는 계속 기록하고 변화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녹색 연합에 해양생태팀의 박은정, 박은정의 다이빙 버디 윤상훈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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